요즘 같은 경제 불황에 수많은 정책들이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과 정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정말 많은 국가들이 현재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했었던 혹은 이제 곧 실행 예정에 있는 마이너스 금리에 관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마이너스 금리라고 하면 매우 생소하여 따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기 힘들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마이너스 금리가 일단 일반인에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혹은 덴마크 제외).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은행에 관리금을 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만약 $100억을 은행에 예금시켰는데 이듬해에 $99억이 된다면 손님은 바로 은행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우리가 이용하는 시중은행에서 적용하는 것이 아니고, 중앙은행이 시중은행한테 대출을 하라고 준 돈에 관해서만 적용되는 금리입니다. 지금부터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아주 간단하게 정리를 한다면 마이너스 금리란 시중은행이 대출을 주지 않아서 받는 페널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시중은행과 중앙은행의 관계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이 예금할 때나 대출할 때의 상황을 반대로 전환시킨 개념 자체는 맞습니다. 다만 이 상황은 일반인이 아닌 시중은행과 중앙은행의 거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모두 중앙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Bank Of America에서 Chase Bank로 돈을 계좌이체나 Check로 보낸다고 하면 실제 돈이 두 은행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중앙은행의 계좌 사이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10억 을 BOA에서 Chase로 계좌이체를 하면 BOA에서 $10억을 Chase로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것이 아니고 중앙은행의 계좌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의 은행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마이너스 금리가 무엇이고 이것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의 은행들이 돈을 사업체나 일반인에게 빌려주지 않고 중앙은행 계좌에 쌓아놓은 돈에 대해서 부과하는 벌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중앙은행 내의 시중은행 예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면 거기에 대해 붙이는 이자액 (벌금)이 마이너스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선 지급준비율 (이하 지준율)을 알아야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은행은 고객들이 예금한 돈을 갑자기 어느 순간에 예금 전액을 찾을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이용하여 예금의 일부분을 다른 이에게 대출을 해 주어 거기에 대한 이자로 수익을 냅니다. 그런데 그 예금한 돈을 모두 대출을 해 준다면 고객이 무슨 일이 생겨서 돈을 찾을 때 줄 돈이 없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일정 비율의 돈을 은행에 남겨두는데 그것이 바로 지준율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예1) 를 들어 은행이 보유한 예금액이 $100이고 지준율이 10%라고 하면 $10은 금고 안에 넣어두고 $90을 대출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예전같이 경제가 좋을 때는 은행이 대출받을 사람을 찾아서 어떻게든 돈을 빌려주려고 했습니다. 경제 성장률이 높을 때는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제 성장이 둔화된 지금은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은행은 함부로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아무리 중앙은행이 돈을 시중은행을 통해 쏟아부어도 시중 은행은 그 돈을 고스란히 다시 중앙은행의 계좌에 예금시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미 시중은행에서 지켜야 할 지준율을 넘어서서 대출을 줄 수 있는 돈들도 모두 다시 중앙은행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은행의 판단에서는 돈을 대출해 줄 수 있을만한 신용이 좋은 사람들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준율이 넘어가는 시중은행의 예금을 초과 지급준비금 (이하 초과 지준금) 이라고 합니다. 다시 한번 예2)를 들어 시중 은행이 고객한테 받은 돈이 $100이고 지준율이 10%라고 합시다. 그리고 시중은행이 신용이 좋은 대출자를 찾지 못하여 중앙은행에 넣은 지급준비금을 초월한 $40을 중앙은행 계좌에 다시 입금을 시키게 됩니다. 그러면 지준금이 $10 그리고 초과 지준금이 $30이 되게 됩니다.
드디어 우리가 궁금해하는 마이너스 금리의 출현이 여기에서 나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 은행들이 대출하라고 준 돈을 다시 중앙은행에 지준금을 초월한 돈을 넣은 초과 지준금에 적용이 됩니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 금리가 -10%라고 하면 아까 말씀드린 $30의 10%인 $3을 중앙은행에 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라고 하면 중앙은행이 대출을 주지 않는 시중은행에게 가하는 압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착각하는 몇 가지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내가 은행에 돈을 넣으면 은행에게 역으로 이자를 내야 한다. –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인을 상대하는 은행 (retail bank)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면 bank run이라고 모든 예금자들이 돈을 빼러 은행에 달려가게 됩니다. 모든 은행이 일제히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지 않는 이상 매우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웨덴과 덴마크는 리테일 뱅크에서도 시도를 했습니다만 결국 부동산 버블 같은 여러 부작용으로 인하여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했습니다.
2. 대출을 하면 이자를 내는 것이 아니고 받는다. –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대출을 최대한도로 해서 은행 계좌에 넣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은행들이 적자 운영을 하게 되어 파산하게 됩니다.
3.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지금 사람들이 엄청나게 대출을 받고 있고 이제 곧 인플레이션 시대가 올 것이다. – 은행들은 아직도 대출을 주는 것을 꺼려 합니다. 지금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금을 하지 못해서 눈을 돌린 곳은 국채입니다. 즉 사람들은 아직도 대출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돈은 아직도 국채, 주식, 그리고 부동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시대가 올 거라는 추측에는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지만 마이너스 금리가 주된 원인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이너스 금리가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굳이 생각을 한다면 예금의 이자가 적은 것, 대출 이자가 내려간 것, 그리고 둔화된 경제 성장을 지표로 볼 수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기회의 시대입니다. 비록 공평하진 않지만 예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투자를 하든 사업을 하든 이제는 새 시대에 맞게 해야 합니다. 현 자본시장에서는 내가 빌린 돈으로 이자보다 많이 버는 것이 거의 모든 사업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리에서 우리가 참고해야 할 사항은 경제가 성장하면 이자도 같이 올라가고, 경제가 둔화되면 이자가 내려갑니다. 그 말은 이자가 높을 때는 같은 작업을 해도 결과물을 더욱 많이 만들 수 있는 작업 효율성의 최적화가 필요한 것이고 이자가 낮을 때는 완전히 새로운 물건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Comments